고무통 속 남성 2명의 시신… 똑같은 독극물로 살해 흔적

 

 

 

[완전범죄는 없다] <30>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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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포천 고무통 시신 사건_강준구 기자

 

 


2014년 7월 29일. 경기 포천시의 한 빌라에서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악에 받친 듯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 저녁 시간까지 계속 되고 있다는, 그래서 더 이상은 참기 힘드니 한 번 가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오후 9시40분, 경찰과 소방대가 문제의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은 안에서 굳게 닫혀 있었다. 여러 번 두드려봤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그 사이에도 동네 주민들을 괴롭혔던 아이 울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주춤거리는 경찰 중 누군가 그때 문틈 사이를 기웃했다. 희미했지만 분명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이가 울더니 그 다음엔 악취다. 확인이 꼭 필요했다.

소방대가 빌라 바깥에 사다리를 설치하자 경찰이 2층 창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포천경찰서 강력2팀 서종천 경위 역시 열린 창문으로 집 안에 발을 들였다. 집은 조그만 거실에 크고 작은 방이 2개인 흔하디 흔한 빌라 가정집이었다. 

거실과 방 곳곳에 정체불명의 파란색 봉지가 어른 키만큼 쌓여 있었다. 봉지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방문은 부서져 있었고, 장판과 벽지는 곳곳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책상과 책꽂이,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가구들에도 눅진한 검은 때와 곰팡이가 잔뜩 내려 앉아있었다. 방치된 세월을 짐작조차 하기 힘든, 지금 사람이 살고 있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적 모습. 서 경위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이는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쓰레기더미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 기껏해야 예닐곱 살 정도 됐을까. 한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듯, 몸은 앙상하게 말라 붙어 있었다. 아이는 경찰을 보자 더더욱 ‘살려달라’ 기를 쓰고 울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울음소리와 악취에 귀와 코를 잡은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집 안 구석구석을 촘촘하게 살펴보던 이들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처음에는 이불로 둘둘 쌓여 있어서 뭔가 했어요. 이불을 치우고 보니까 목에 스카프가 감겨져 있었죠. 얼굴에 랩이 둘러진 백골이 다 된 시신이 튀어나온 건데….” 서 경위는 당시를 아직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사실 그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리라고는 서 경위도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갑작스런 충격이었다. 작은 방에 있던 높이 80㎝, 지름 84㎝의 고무통 덮개를 열고 느꼈던 몸서리가 서 경위는 여전히 생생하다.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영안실로 통째 들고 온 고무통을 그대로 들이붓자, 정체불명의 물컹한 액체가 쏟아졌다. 그리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서 경위 표현대로라면 ‘젓갈’ 혹은 ‘죽’ 같아 보인 그 액체에서는 ‘또 다른 손’이 튀어나왔다. 백골시신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손. 죽어 있는 이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라는 뜻이다. “시신과 시신 사이에 있던 ‘소금포대’ 때문이 아닌가 싶긴 한데. 그것 때문에 시신이 액체 상태가 되는 일종의 발효가 일어났던 것 같았어요. 다만 손은 바깥에 나와 있는 바람에 그렇게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던 거죠.”

‘포천의 한 빌라에서, 그것도 고무통에서 시신 두 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져나갔다. 언론의 관심과 국민의 이목이 포천의 작은 동네로 온통 집중됐다. 경찰에겐 부담이었다. 지체하거나 망설일 틈이 없었고, 살인이 확실하다면 범인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다음날인 30일 이른 아침부터 포천경찰서 지능팀을 비롯해 강력·형사팀,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까지 68명에 달하는 경찰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용의자는 금세 한 사람으로 좁혀졌다. 집주인이면서 아이의 엄마. 며칠 전부터 행적이 묘연해진 이모(50)씨다. 휴대폰을 추적하니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 인근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다. 포천 내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히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안 나오는 겁니다. 멀리는 못 갔을 테고, 아마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몸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 싶었죠.“ 마침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하다 수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이씨가 새벽만 되면 통화를 했던 번호가 기록에 남아 있었다. 일단 새벽에 일과 관련해 전화를 할 리 없었다. 게다가 반복적인 연락이었다면. 내연관계의 남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사람이었다.

‘새벽 통화’의 주인공은 포천시 소흘읍에 있는 섬유공장 옆 컨테이너박스에 살고 있었다. 경찰이 찾아가 문을 두드리자 동남아시아 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성이 문을 열었다. “살인 사건 용의자를 찾고 있으니 잠시 내부를 볼 수 있겠냐“고 묻자 예상대로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계속 고개를 내젓기만 했다. ‘나는 한국말을 몰라요’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당연히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한참을 실랑이하다 ‘그렇다면 일단 당신이라도 경찰서로 가줘야겠다’고 엄포를 놓자 남성이 얼굴을 찡그렸다. 잠깐의 망설임, 마침내 남성이 손을 들어 컨테이너를 가리켰다. ‘저 안에 있다’는 뜻이었고 실제 이씨는 컨테이너 안 부엌에 숨어 있었다.

때마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신 두 구의 신원을 분석한 결과를 전해왔다. 백골이 된 시신은 이씨의 직장동료 이모(48)씨. 액체로 변한 시신의 것으로 보이는 ‘손’은 10년 전 행방불명이 된 남편 박모(51)씨의 것이었다.

이씨는 의외로 직장동료 이씨 살인을 순순히 인정했다. 제과업체 공장을 함께 다니던 사이 내연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이 사실이 직장에서 탄로나면서 사이가 틀어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 동안 함께 써 왔던 돈을 돌려달라”는 남성의 요구, 그 와중에 법적으로 남편이 있는 여자의 내연관계를 용납하지 못한 사장의 해고 조치. 이씨는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진 상태에서 남성에게 수면제를 술에 타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 살인을 완강히 부인했다. “10년 전 자고 일어나보니 남편이 베란다에 쓰러져 죽어 있었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고무통에 숨겼을 뿐”이라는 주장. 죽인 게 아니라 시신만 버려둔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경찰은 난감했다. 살인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 “내연남처럼 남편 역시 죽였을 거라는 심증은 확실히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너무 오래된 시신인 데다가, 남아있는 거라고는 팔 하나뿐이니,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였는지를 알아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 수사는 어느덧 9일째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머지 수사는 검찰에서 알아서 할 테니 사건을 종결하고 넘겨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수사 개시 열흘 째. 사건 파일을 정리하던 서 경위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국과수에 전화를 걸었다. “새로 나온 사실 없습니까?” 서 경위 질문에 수화기 너머에서 머뭇거리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공문이 나가기 전이라 말씀 드리면 안 되기는 한데. 실은 내연남 시신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독시라민’이라는 독극물이 남편 시신에서도 검출됐습니다.”

‘똑같은 독극물’. 언론 관심이 지나치게 쏠려있던 사건이라 국과수에서는 작은 단서 하나도 조심스러워 하고 있던 때였다. 정식으로 공문을 통해 발표하기 전에는 아무리 담당 경찰이라 할지라도 알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만큼 서 경위의 질문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거기에 독시라민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었다. 수면 유도와 진정 등에 효과적이지만, 과량으로 복용할 경우 호흡 억제와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약품. 실제 이씨는 내연남을 죽기기 위해 비염약이라고 속여 독시라민이 들어 있는 수면제를 먹게 했다. 국과수의 말대로라면 남편 시신에서도 그 약 성분이 나온 것이고, 무엇보다 남편이 사망한 10년 전에도 이씨가 인근 약국에서 독시라민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동일한 독극물을 이용한 두 건의 살인’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이씨가 정말 남편까지 죽였는지 판단하는 건 검찰과 법원의 몫이었다. 

이후 이씨는 사건 전말을 이렇게 설명했다. 두 아이를 낳아 기르던 평범한 가정주부던 그는 1995년 교통사고로 당시 여섯 살 난 둘째 아들을 잃었다. 사고에 대한 충격은 이씨 삶을 뒤틀어놨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우울 증세가 덮쳐오자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찾게 됐고, 부부는 아들 사고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다퉜다. 결정적으로 별거 중이던 남편이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울과 탈선은 걷잡을 수 없었다. 이씨는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감정의 기복을 달래곤 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까지 낳게 됐는데 이씨는 아이를 쓰레기 집에 두 구의 시신과 함께 방치해두고 가끔 들러 먹을 것을 던져주는 것만으로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2015년 2월 11일. 의정부지법은 남편과 내연남 두 명 모두에 대한 살인과 사체은닉 그리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 이씨에게 24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법은 생각이 달랐다. 남편에 대한 살인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18년 형을 선고했고, 그 해 12월 대법원 역시 고법의 판단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물론, 많은 것들이 아쉬워요. 왜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을까, 주민들은 아이가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왜 단 한번도 신고하지 않았고 왜 지역사회는 더 빨리 아이를 구조해내지 못했을까. 만일 조금만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이들 존재가 드러나는데 10년이나 걸리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판결 역시 바뀌지 않았을까, 아쉽고 아쉽습니다.”

이씨는 2016년부터 현재 3년째 복역 중이다. 그는 여전히 남편의 죽음을 법원의 판단 그대로 자연사라 할 가능성이 크다. 만기출소하고 세상 밖에 나올 때는 2034년, 이씨는 일흔 살이 된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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