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 대부분 미성년”…김 목사의 특별한 설교 ‘그루밍’

 

 

 

“수년간 그루밍 성폭행 당해”
“하나님의 이름 걸고 거짓말을…”
성폭력 당한 피해자만 최소 26명
전문가, 교회는 그루밍 최적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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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잠시 교회에 다녔던 친구 중에서도 성희롱, 성추행은 물론 성관계까지 맺어버린 친구들도 있었다.”

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을 찾은 20대 초반 여성들은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수년간 그루밍 성폭행을 지속해서 당했다”고 호소했다. 

인천 교회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였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다”며 피해 사실을 밝혔다.

그루밍이란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여 성폭력을 쉽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뜻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보살피는 듯한 행동을 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이후 성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피해자는 앞서 형성된 신뢰 관계 때문에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로 갑을 관계가 분명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미성년자인 14~16세가 가장 많이 그루밍을 통해 성폭력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인천 모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김 모 목사가 전도사 시절부터 지난 10년간 중고등부·청년부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수법을 통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저희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할 뿐, 또 그 사역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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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교회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6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피해자 측은 현재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만 최소 26명이라고 폭로했다. 피해 당시 가장 어린 피해자의 나이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 모 목사 부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 이 청원은 7,000여 명 가까이 동의했다.

이들은 김 목사의 그루밍 과정에 대해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며 미성년인 저희를 길들였고,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고 했다”며 “당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며 끔찍했던 기억을 말했다.

또한 “저희는 그 사역자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며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의 말이 저희를 더욱 힘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는 “거부할 때마다 나를 사랑하고 그런 감정도 처음이라고 했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할까라는 생각에 김 목사를 믿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나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성적 장애가 있는데 나를 만나서 치유됐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오랫동안 존경한 목사님이어서 처음부터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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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길들여서 가지고 노는 범죄 ‘그루밍’ 무엇이 문제인가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3년간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78건 중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사례는 34건으로 43.9%에 달했다.

그루밍 성폭력 과정에서 폭행·협박은 20.6%, 이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항거곤란·항거불능(23.5%)이었다. 위계 혹은 위력은 17.6%를 보였다.

그루밍을 통한 성폭력은 일반 성폭력에서 볼 수 있는 범죄 징후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는 피해자를 길들여서 발생하는 성폭력이라 상대방을 강제하지 않고서도 성폭력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탁틴내일은 ‘여성신문’을 통해 “이는 그루밍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해가 부족해 범죄요건으로 정의되지 못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대개 13~16세의 저연령층이었고, 가해자는 모두 성인이었다. 피해자가 당황해 저항을 못하거나 피해자로 하여금 ‘연애하면 다 이런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범죄를 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은 믿고 의지하는 사역자가 그렇게 다가왔을 때 거부하기 쉽지 않았고, 오랫동안 사랑이라고 믿고 정말 결혼할 사이라고 믿고 비밀을 지킨 것”이라며 “그런데 같은 시기에 여러 아이를 동시다발적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실을 덮으려고 했던 합동총회 임원 목사 몇 분과 노회, 교회의 책임도 크다”고 개탄했다. 이어 “한국 교회 안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잘못된 성인식이 변화되길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성폭력 범죄발생 건수는 29,28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분의 1 가량이 종교계에서 발생했는데, 개신교 성폭력 범죄는 4131건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전문 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 인원수’에 대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로 나타났다.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직 직업군 1위는 개신교 목회자였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여성상담소가 2016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상담내역을 집계한 결과 총 277건의 교회 성폭력 상담이 이뤄졌다. 교회 성폭력 사건은 60건이 접수됐고 이 중 성폭행은 27건, 성추행 24건, 성희롱과 스토킹을 포함한 기타 사건은 9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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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 도대체 왜 교회인가…전문가, 교회는 그루밍 최적의 장소

탁틴내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가 그루밍을 당할 때 연령은 14~16세가 44.1%로 가장 많았다.

김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한 피해자 역시 중학교 3학년인 16세였다. 11~13세와 6~10세는 14.7%로 저연령 피해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교회는 그루밍이 가장 잘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지적했다. 김미랑 탁틴내일연구소 소장은 지난 3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믿는페미,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등이 개최한 ‘하나님 가라사대 미투’ 공개 워크숍에서 “교회는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이 발생하기 최적의 장소다. 교회 내 성폭력 대부분은 그루밍 과정에 따라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그루밍 범행 단계별 과정에 대해 피해자 고르기, 피해자의 신뢰 얻기, 피해자의 욕구 채워 주기, 피해자 고립시키기, 관계를 성적으로 만들기, 통제 유지하기 등 단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성폭력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의 그루밍 행위를 사전에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그루밍을 통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 사실을 처음 듣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를 상담하다 보면 주변의 용서하라는 말 때문에 가장 크게 상처받는다. 본인은 아직 용서할 수 없는데, 외부에서 먼저 용서하라고 말하는 건 심각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목사는 ‘KBS’ 보도에 따르면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피해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진짜 괴로웠어요. 믿어줄지 안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다 내가 잘못한 거 맞습니다. 죄책감이 심하고...”라고 말했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김 목사에게 성 상담 치료를 받고, 목사직을 영구적으로 그만둘 것을 요구했지만, 김 목사는 돌연 잠적했다. 현재 한국을 떠나 필리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예수교 장로회는 지난달 김 목사에 대해 교단에서 목회 활동을 할 수 없는 제명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고소가 접수되는 대로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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