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기소” vs “제 식구 감싸기”…현직판사 무죄 판결 엇갈린 시선 [법원 '사법농단' 1심 무죄선고]

 

 

 

 

향후 공판에 가이드라인 가능성 / 당장 14일 임성근 부장판사 선고 / 가토 산케이 서울지국장 재판에 / 직권남용으로 기소… 결과 주목 / 사건 시발점 ‘정운호 게이트’ / 1심 무죄선고 유영근 부장판사 / ‘삼성노조 와해’ 유죄 판결 유명 / 이탄희·최기상·이수진, 총선 앞두고 민주 입당 / 한국당 판사 출신 의원들 “부끄럽지 않은가” 공개 질의
 

 

왼쪽부터 신광렬·조의연·성창호.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기소는 당초에 무리했던 측면이 있다. 적폐청산의 ‘광기’가 냉정을 찾아가고 있다(변호사업계 관계자).” “법관들에 대한 봐주기였다. 재판부의 ‘이중잣대’ 아닌가(검찰 관계자).”

소위 ‘사법 농단’ 판결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다. 전 정권인 박근혜정부의 ‘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깐깐해지고 있다. 지난달 ‘직권남용’의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시발점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등 비슷한 선상에 놓인 사건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두 번째 1심 선고이자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첫 판결이다.

 

 

 

같은 날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박근혜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죄에 한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또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던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 최종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날 판결 중 특히 현직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선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법 농단’의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줄줄이 기소된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공판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번 판결은 향후 선고 공판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무죄를 선고받은 신 부장판사 등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검찰 수사상황 등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이날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관 비위와 관련한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했을 뿐 부당한 조직 보호가 아니었다”면서 사법부 내부에서의 공모관계를 부정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수사정보를 적극 브리핑한 정황 등을 보면 법관들이 유출한 수사정보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사법행정권’의 범위를 넓게 가져간 것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 결론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영장전담 법관이던 조·성 부장판사를 염두에 두고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영장전담 판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 측은 “수사 및 재판 기능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 사안에 대해 1심 재판부의 선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한 법조계 시선은 엇갈린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로 법정에서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론’과, 현직 판사들에 대한 판결인 만큼 재판부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공존한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문재인정부 초기에 엘리트 법관들이 다 비난받고 사법행정처를 악의 온상처럼 규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적폐청산의 실체에 대해서 이성적 판단을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같이 밥 먹은 식구를 모른 체할 수 없었을 거다. 법관의 독립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재판에 이어 14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선고 공판이 진행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직권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檢 수사 대응 위해 법원행정처가 나서

법원의 ‘사법 농단’ 관련 판결이 내려지면서 관련 수사 시발점이었던 ‘정운호 게이트’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운호 게이트는 2016년 4월 불거졌다.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된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가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두 사람은 이후 수임료 지급을 두고 다툼을 벌였고 이 분쟁은 법조계 전반으로 확대된다.

‘정운호 게이트’가 사법 농단 수사와 연관되기 시작하는 것은 2018년 검찰 수사 때부터다. 검찰은 사법 농단 의혹 관련 수사를 하던 과정에서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행정처는 판사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에게 영장기록 등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받았다. 검찰은 이 행위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은 1월 결심공판에서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신광렬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 영장전담 법관이었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유영근(50·27기)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판사는 특정 이념 성향 판사 모임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판사로 알려져 있다. 유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노조 와해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내리고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법정구속했다.

유 부장판사는 자녀들과 프랑스, 영국, 독일의 주요 유적을 답사하면서 나눈 대화를 엮은 정치교양서 ‘청소년을 위한 민주주의 여행’이나, 법정에 오는 사람들이 느끼는 억울함을 분석한 ‘우리는 왜 억울한가’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책 쓰는 판사’로도 알려져 있다.
 

 

 

◆‘사법농단’ 폭로하고 정치권으로 직행

‘사법 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 농단 의혹을 세상에 알린 이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들이 법복을 벗고 올해 4월 총선에 나서기로 한 만큼 정치권에서 사법농단을 둘러싼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사로 정치에 합류한 이탄희(42·34기) 변호사는 사법 농단 의혹을 최초로 알린 인물이다. 판사로 재직하던 이 변호사는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 2심의관 시절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시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사법 농단 의혹이 최초로 외부에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이후에도 사법개혁 활동을 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사직했고 이후 공익인권법재단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이번 총선에 출마를 선언했다.

최기상(51·25기)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뒤 민주당에 입당했다.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최 전 부장판사는 ‘사법 농단’ 의혹 당시 문제를 제기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전국 각 법원 법관 대표들이 모여 사법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의장을 맡기도 했다. 자신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한 이수진(50·31기)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사표 제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주호영·나경원·여상규·홍일표 등 자유한국당 판사 출신 의원들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된 이탄희·이수진·최기상 전 판사에 공개 질의했다. 이들 의원은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할 판사들이 현 정권의 코드에 맞고 도움이 되는 주장과 행위를 하다가 사직 후 바로 영입돼 특정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또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고 문재인 정권에 영합했다’는 이유로 모교인 부산고등학교 동창회로부터 비판받고 제명을 요구받은 사실에 대한 입장은 뭔가”라고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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