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추락 여객기' 블랙박스 제공 거부…'격추' 의혹 확산

 

 

 

 

이란, 美에 블랙박스 제공 거부…격추 의혹 제기
이란 "희생자 대부분이 이란인…美심리전" 일축
우크라이나 "기체결함→아직 몰라' 입장 선회
미 Vs 이 軍갈등…추락 원인 규명 최대 걸림돌

 

이란 테헤란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 사고 현장. (사진=AFP)

 

 

 176명을 태운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가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이륙 직후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술적 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한 직후 발생해 초기부터 테러 의혹이 제기돼왔다. 당시 사고로 탑승객 176명은 전원 사망했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이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미국에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항공 “기체 결함·조종사 실수 원인 가능성 낮다”

이번에 추락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의 사고 원인은 현재 항공기 기체 고장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 도로교통부 대변인은 “사고 여객기의 경우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 이륙 직후 엔진 1개에서 불이 났다. 이후 기장이 기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추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항공 측은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고리 소스놉스키 우크라이나 항공 부사장은 브리핑을 통해 “항공기가 고도 2400m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험이 많고 훈련을 잘 받은 조종사들이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같은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항공이 공개한 해당 여객기 조종사 3명 중 기장과 부기장 2명은 보잉737 기종을 1만2000여시간 운항한 기록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37맥스 이전 기종인 737-800은 사고가 많은 기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란 “미국에 블랙박스 제공 않을 것”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를 수거해 분석에 나섰다. 사고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이지만 이란 영토에서 발생한 사고의 국제법상 조사 주체는 이란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항공기 소속 국가와 항공기 제조업체, 관련 기관들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사고 여객기를 제조한 보잉과 여객기 엔진 제조사 제너럴 일렉트릭(GE)은 미국 기업이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에 블랙박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 시기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 시기와 맞물리면서 이란이 여객기를 격추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행을 무시하고 블랙박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란은 물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군 총참모부 수석대변인은 “미국인들의 심리전의 일부”라며 “터무니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그는 “대부분의 탑승객은 매우 귀중한 이란 젊은이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제기되는 의혹들은 전부 거짓말이다. 군사, 정치 전문가 그 누구도 확인해준 바 없다”고 비난했다. 

보잉과 GE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보잉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 사고 언론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우크라이나 항공과 접촉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이든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이다. 엔진 제조사인 GE는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떠한 추측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테러 또는 로켓·미사일 공격을 추락 원인에서 배제하고 엔진 문제로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성명을 냈으나, 당장 결론을 내리기엔 시기상조라며 입장을 바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우선 과제는 진실과 이 무서운 재앙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팀을 이란에 파견했다. 
 

우크라이나 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 현장. (사진=AFP)

 

 

◇미 Vs 이란 軍갈등…추락 원인 규명 걸림돌

여객기 사고 원인 규명 과정은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SJ은 추락 원인을 밝히는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여서 그 과정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드론 공습에 이란이 보복한 직후 발생한 사고인 만큼 새로운 불신이 싹트고 있다”며 “여객기를 제조한 국가로서 미국은 사고 조사와 관련해 승인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블랙박스 제공 거부는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봤다.

CNN방송도 “미국 정부 수사관들은 미국 정부의 오랜 대(對)이란 제재 때문에 바로 테헤란으로 날아가서 조사를 실시할 수도, 우크라이나 조사팀과 접촉할 수도 없다. 정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는 (거의 발급된 적이 없어) 미지의 영역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마지막으로 라이선스가 발급된 사례를 보면 그 과정만 약 1년이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사고 관련 성명에서 “미국은 이 사건을 면밀히 추적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떠한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승무원 9명 포함), 스웨덴인 10명, 아프가니스탄인 4명, 독일 3명, 영국인 3명 등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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