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명, 트럼프 감찰관 잇단 해임…대선 앞두고 정리?

 

 

 

 

 

4월 3일 부터 5월 16일까지 해임된 감사관 4명

 

 


벌써 네 명째, 트럼프 감찰관 잇단 해임...대선 앞두고 위협요인 제거?

트럼프, 40여 일 동안 행정부 감찰관 4명 해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각 부처 감찰관(INSPECTOR GENERAL)들을 잇따라 해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코로나19 비상사태 한 가운데서 입니다. 지난 4월부터 지난 주까지 40여 일 동안 4명의 주요 부처 감찰관들과 감찰관 대행이 잇따라 해임됐습니다. 국무부, 국방부, 정보부처, 보건복지부 소속 감찰관들입니다.

워싱턴포스트(5월 17일)는 미 현대 정치에서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거친 감찰관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해임한 적은 없다고 전했습니다(4명 중 국방부 감찰관은 대행). 오바마 대통령은 업무 수행 능력을 문제 삼아 한 명을 해임한 것이 전부였고 그전에는 레이건 대통령이 여러 명의 감찰관 해임을 고려했지만 보좌진이 말려 그만둔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무부 스티브 리닉 감찰관은 가장 최근인 지난주 금요일 해임됐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펠로시 의장에게 리닉 감찰관 해임 사유를 편지로 보냈는데 그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감찰관이라는 게 해임 사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감찰관은 완전히 신뢰해야 하는데 이 감찰관은 더 이상 아닙니다”

 


폼페이오 장관 개인 업무 조사하다 경질?...코로나19 대응 조사가 원인?

미 정부 내 감찰관은 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역할은 정부 내 공직자의 비리 등을 감시하고 알리는(INTERNAL GOVERNMENT WATCHDOGS) 것입니다. 감찰관 역할의 핵심 기반은 '독립성'입니다. 그 독립성을 토대로 정부 내 견제 역할을 해냄으로써 미 민주주의 제도를 떠받치는 또하나의 기능으로 여겨져 왔습니다.물론 정치색을 띤 인사들이 종종 감찰관으로 임명되지만 임명된 이후에는 정파성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고 이런 전통은 오래도록 유지돼 왔다는게 이번 감찰관 해임 사태를 보며 미 언론들이 평가하는 대목입니다.

지난 금요일 해임된 리닉 국무부 감찰관은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입니다. 30년 경력의 직업 공무원입니다. 해임된 이유가 모호하다보니 관련자들의 증언을 빌어 "이래서 해임됐을 것이다"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감찰관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부인이 개인 일을 돌보기 위해 채용한 사람들을 제대로 운용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과, 코로나19에 대한 국무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감찰한다는 겁니다

특히 국무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들여다 본다는 부분이 의미심장합니다. 국무부의 해외 여행 금지 조치, 미국 입국 금지 조치(특히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 조치의 시의성) 등은 해외로부터의 전파를 통해 미국의 코로나19 피해 급증과 연결될 수 있는 예민한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통제 실패 주장으로까지 갈 수 있는 민감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무부 주변에선 리닉 감찰관이 폼페이오 장관 측에서 볼 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닉 감찰관 해임은 폼페이오 장관이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리닉 감찰관의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그를 해임시켰다는 주장입니다.

'보복 해임'은 주장일 뿐일까?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이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 그만이지만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백악관도 국무부도 이 관련 반응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서 해임된 세 명의 감찰관의 경우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4월 3일 해임된 정보기관 감찰관인 마이클 앳킨슨의 경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의 전화 통화가 문제 있다는 내부 고발자의 보고서를 폭발력 있는 문제 제기라며 의회에 제출한 당사자입니다. 당시 청문회 증인으로 나간 여러 명의 베테랑 국무부 외교관들에 이어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해임됩니다. 당시 일련의 해임 사태를 바라보며 미 언론과 의회는 '숙청'(PURGE)이라는 용어를 쓴 바 있습니다. 앳킨슨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인 2018년 감찰관으로 취임했습니다. 탄핵 정국까지 이르게 한 미운털이 박혀 해임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은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대행입니다. 해임되기 전 코로나19 부양법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2조 달러 규모 예산 집행을 감독하는 위원회 수장으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앳킨슨 감찰관이 해임된 뒤 불과 나흘 만에 해임된 파인 대행은 국방부 감찰관 이전 법무부에서도 감찰관실에 근무한 적이 있고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거쳐 현 트럼프 행정부까지 감찰 업무를 주로 해 온 관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에도 국방부 감찰관 대행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충분치 않다는 다소 모호한 해임 이유가 당시 미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경기 부양 예산이 쓰이지 않을 곳에 쓰인다거나, 현금을 받기로 한 미국인들이 아직도 못 받았다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시점이라 충성심에 의구심이 있는 파인 대행이 이를 감독했을 때 받을 타격을 피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소리도 있습니다. 충성스러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일 해임된 '크리스티 그림' 보건복지부 감찰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태스크 포스팀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진단 키트는 물론 마스크 등 의료진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는 그림 감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는 기자의 질문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사람 모르고 그런 보고서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보고서를 낸 그림 감찰관을 해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그녀를 감찰관에 임명한 지 불과 넉 달도 채 안됐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인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의료 관련 대응을 내부에서 감찰했고 이미 준비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만큼 이후로도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내부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그리고 매섭게 비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인 감찰관입니다 

듣기 싫은 소리 내거나 불충한 자는 나가라?

해임된 네 명의 감찰관 모두 감찰 전문 공직자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감찰관은 최근 해임된 리닉 감찰관 한 사람뿐입니다. 문제는 이 감찰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보고서를 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직자로서 대통령에게 충성스럽지 않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 말고 밖으로 드러난 해임 사유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감찰관(INSPECTOR GENERAL) 역할이라는 게 원래 정부 내 잘못된 일을 적발하고 알리는 것인데 주어진 일 했다고 어떻게 해임해 버릴 수 있을까요?

네 명의 해임된 감찰관이 해 온 일을 보고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해 온 말에 비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수 있습니다. 내용이 무엇이든 내편(트럼프 대통령 편) 아니라고 판단되는 이들은 누구든 '공공의 적(ENEMY OF STATE)'이거나 딥 스테이트(DEEPSTATE: 정부 내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그림자 조직,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일련의 보이지 않는 집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탄핵 추진 배경이라고 생각)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감찰관 임명과 해임 권한은 대통령 권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내가 싫어서 해임했다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요? 트럼프 대통령 말에 따르면 어차피 자신의 행위(감찰관 해임)을 비판하는 언론과 민주당은 '공공의 적'이자 '딥 스테이트' 구성원들일 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내의 확립된 전통(법무부의 기소 행위 등에 불개입), 권력 분립 이런 것을 존중해 왔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측근들(대선 당시 선대본부장 매나포트, 비선 참모 로저 스톤) 재판에서는 기소는 물론 판사의 형량까지 비판하며 판사들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민자 망명 금지 대통령 행정명령 중지 판결)을 내린 판사를 가리켜 오바마 판사라고 공격하자 이례적으로 로버츠 대법원장이 성명을 내 미국엔 오바마 판사 클린턴 판사는 없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대통령 권한 말고 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정체에 대해 존중하지 않아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기도 합니다. 

일단 반격은 의회에서 나왔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만약 보복으로 감찰관을 해임했다면 이는 위법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감찰관 해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상원 탄핵 투표 당시 공화당 내 유일한 찬성표를 던졌던 롬니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감찰관 잇단 해임을 책임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화당 내 감찰관 독립성 옹호론자인 그리즐리 상원의원도 리닉 국무부 감찰관 해임 관련 성명을 내고 "단지 신뢰가 부족하다는 해임 이유를 넘어서는 해임의 정당성을 트럼프 대통령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감찰관 독립성 훼손?...대선 앞둔 장애물 제거?...그 뒤에 코로나19

비판은 준엄해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낼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자신이 해임한 4명의 감찰관이 신뢰를 잃었다는 표면적 이유와 함께, 대통령에 충성스럽지 않아서라거나 혹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는 것은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행정부를 감시하는 내부 공적 기관인 감찰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물품을 제대로 준비하거나 공급하지 못했다는 보고서를 내고,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한 예산 집행이 잘못됐다고 하고, 코로나19 대응에서 자신의 치적 중 치적으로 꼽는 중국발 미국 입국자 금지 조치가 뒷북이었다고 지적하면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뛰어난 대처 덕분에 미국의 코로나19 피해가 최소화됐다는 기본 전제가 공식적으로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대선 전략을 고쳐 짜야 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스럽지 않은 감찰관들은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감찰관들의 잇따른 해임이 겉으로는 미 행정부 내 감찰관 제도의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비치지만 그것만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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